여행 : 이스라엘 성지순례

[이스라엘 성지순례] 제롬의 동굴 (히에로니무스의 동굴)

letranger.kr 2016. 3. 2. 21:04

제롬(히에로니무스)의 동굴


슬로베니아 태생의 제롬은 당시 교황이었던 다마수스1세 (재위. 366-384)의 절친한 친구이었다. 그런 인맥으로 제롬은 교황청에서 다마수스의 비서와 같은 궁무대신의 역할을 맡아 보았다. 다마수스가 임종하자 교황청에서 콘트라베가 열리고, 제롬은 당연히 자기가 차기 교황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유세비우스 마르쿠스와 같이 1년도 채우지 못하고 임종한 교황이 있었던가하면 친구 다마수스는 무려 18년을 교황으로 있었고 그 아래에서 제롬의 이름을 들어보지 못한 교회가 없을 정도로 유명인사가 되었다. 교황이 해야할 주요한 업무를 본인이 계획하거나 조언하였다. 제롬은 신학자 역사가였고, 그 신앙적인 깊이도 깊다고 정평이 나있었던 설교가였다. 그리고 그 당시에는 흔하지 않게 신약성서와 구약성서를 모두 원어로 읽을 수 있었던 석학이었다. 제롬의 생각에 본인의 교황은 따놓은 당상이었다.

나만큼 교황의 일을 잘 알고있는 사람이 어디있는가? 나만큼 온 서방교회에 이름이 알려진 사람이 어디있겠나?

그러나 결과는 제롬의 생각과는 정반대였다. 제롬은 교황선거에서 보기 좋게 떨어졌고, 상심한 제롬은 이듬해 로마를 떠나 알렉산드리아를 거쳐 베들레헴 주변의 은둔자들의 공동체에 388년에 오게된다. 제롬의 마음은 이미 지쳐있었고, 자신을 지지한 듯 보였던 많은 추기경들과 감독들에 대한 배신감에 분노와 실망으로 사로잡혀있었다. 비록 몸은 베들레헴에 있지만, 그의 머리와 생각은 아직도 교황선거를 하던 4년전의 로마에 머물러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베들레헴에 소문이 떠돌기 시작하였다. 아기들의 유골이 대량으로 발굴되었다는 것이다. 그 아기들의 부모가 누구인지, 그 아기들이 어떤 이유로 함께 묻히게 되었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베들레헴에 사는 사람들 모두가 그 유골들이 “예수님을 대신해서 죽었던 아기들의 유골”(마 2:16)이라고 믿었다. 이스라엘의 전통적인 매장방식은 가족묘의 형태인데, 아기들만 그렇게 따로 묻힐 이유가 없었기 때문에 사람들의 믿음은 더욱 확고했졌다. 그 소식을 들은 제롬이 아기들의 유골이 발굴된 곳을 찾아갔다. 그리고 그 유골을 보면서 회심하였다.

이 아기들은 태어나서 예수님을 단 한번도 보지 못했는 데에도 예수님을 위해서 죽어간 첫번째 순교자가 되었구나! 그런데, 나는 남들이 누려보지 못했던 존경과 지위를 누려 보았고, 교황들만이 행사할 수 있는 그 권력도 누려보았는데, 단지 내가 교황이 되지 못했다는 이유로 지금 이곳 예수님께서 태어나신 베들레헴에서 그 예수님을 원망하며 하루하루를 허비하고 있구나! 이 아기들만도 못한 사람이 바로 ‘나’구나!

제롬은 그곳에서 아기의 유골하나를 가져갔다. 그리고는 예수님께서 태어나신 동굴과 잇대어 있는 동굴에 자신의 집무실을 마련하고 자기가 하나님과 예수님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을 시작하였다. 30년에 걸친 성서번역 작업을 시작한 것이다. 제롬의 자기의 책상 위에 가져온 아기의 유골을 올려놓았다. 그리고 마음이 헝클어지고 잡념에 사로집힐 때마다 그 유골을 보며 자신이 해야할 일과 부끄러움이 없는 순교자의 삶을 꿈꾸었다. 당대의 세계 공용어인 라틴어로 성서를 번역하여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하나님과 예수님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예수님을 진심으로 따르는 성도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자는 제롬의 신앙적인 결단으로 오늘날 우리의 손에 라틴어 번역 성경인 벌게이트 (Vulgate) 역본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 집무실이 있던 동굴에서 제롬은 영원히 잠들었다.

예수님의 태어나심과 예수님을 위한 순교가 공존하는 동굴, 그리고 그 태어나심과 순교의 열매가 함께 있는 동굴이 바로 베들레헴 예수님 탄생교회 아래에 있는 동굴의 역사이다.



[ 자료출처 - http://biblia.co.il (이익상목사) / 사진저작권 - Methodist (이철희) ]






제롬의 동상, 그의 동상 발 아래 해골이 있는 이유가 바로 그 아이들의 유골 때문이라고 한다. 나는 평생의 목회의 길 가운데 제롬 같은 겸손으로의 길을 걸어갈 수 있을까? 나의 작은 욕심과 권위와 소유의 대한 것들로 제롬처럼 가슴을 때리며 울어야 할 시간이 또 얼마만큼이나 찾아오게 될까?그때 나에게도 나를 돌이켜줄 아이의 유골과 같은 무언가가 찾아와줄까? 난 또 그때 한참을 울어야 이 길을 온전히 걸어갈 수 있겠지.

"나의 갈 길 다가도록 예수 인도하시니.. 내 주 안에 있는 긍휼 어찌 의심하리요.. 믿음으로 사는 자는 하늘 위로 받겠네 무슨 일을 만나든지 만사 형통하리라.."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