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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우정사이>에세이1 2018. 6. 18. 12:53
<사랑과 우정사이>
내가 중학생때였던가 한창 유행하던 노래가 피노키오의 "사랑과 우정사이" 였다. 사실 나도 그때 그런 어정쩡한 관계 가운데 있던 소녀(;;)가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린중학생이 뭔 사랑을 알았겠는가 싶지만, 연인과 친구 사이에서의 그 경계를 모르고, 그 알지 못하는 경계를 선을 긋고 그 선을 넘어보고 싶었던 어린애의 마음이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이제 성인이 되고, 아내와 결혼을 한지 10년을 지내보면서 느끼는 건, 부부의 관계가 사랑과 우정사이에서의 미묘한 애착이라는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영화에서 보았었는지, 책에서 보았었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이런 문구가 있었다.
"Love is blind, but friendship closes its eyes"
(사랑은 눈이 머는 것이고, 우정은 눈을 감는 것이다.)사랑하면 눈이 멀고, 친밀하면 눈을 감아준다는 것.
부부의 관계는 사랑과 우정사이라고 말하기 보단, 사랑과 우정의 동행 이라고 이름하는게 어울리는 것 같다.아내에게 눈이 멀어 사랑에 빠졌고, 결혼을 하게 됐다. 지금도 아내에게 눈이 멀어있나보다. 결혼 후에도 수 많은 여성들을 세상의 길에서 마주치더라도 그곳에 눈길이 머물지 않는 것은 아내에게 아직도 눈이 멀어있기 때문이다.
눈이 먼 나의 아내를 향해 또 하나의 내 모습을 발견한다면 눈을 감는다는 것이다.
결혼초기에 얼마나 그게 힘들었는지 모른다. 설교때도 종종 이야기를 꺼내지만, 앞부터 짜서 써놓은 치약이며, 욕실 슬리퍼가 이리저리 휙휙 날아가 있는 모습, 정리되지 않은 신발장. 내가 상상할 수 없고 경험하지 않았던 삶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내가 눈 멀어 사랑하고 결혼한 이 여자에게 점점 눈이 감겨간다. 사랑 안에 우정도 찾아와 준 것 인가.집에서 내 별명은 '투덜이'였다. 아내나 큰 딸이나 내게 늘 투덜이 이철희 라고 불렀다. 늘 모든 모양새가 맘에 안드니 맨날 투덜투덜.
근데 지금은 그 투덜이라는 말을 '언제까지 들었었지 투덜이라고?' 라고 할만큼 기억안나는 오늘을 살아간다.
사랑과 우정. 사랑하니까 사랑하고, 우정하니까(?) 의리있게.
내가 아내를 사랑하는 방법과 모습이다.사실 이런 사랑과 우정을 잃지 않고 과시해준 것은 늘 아내가 먼저였다.
아내의 변함없는 사랑과, 끊어 내지 않은 우정이 짧지만 10년이라는 시간을 존속시켜줬다.요새도 나는 늘 사진가커뮤니티에서 논다. 내게는 놀이터다. 그곳에서 결혼에 대해서는 다들 말리는 분위기다. 예를 들어,
"11시간 후 결혼합니다!"
라는 게시글이 올라오면, 어김없이 따라 붙는 댓글들이 있다.
"지금도 늦지 않았어! 도망쳐!"
"welcome to the HELL"
내가 보기엔 반농담이고, 반진담처럼 보인다.많은 사람들이 결혼생활에 대해서 회의를 느끼고 살아가는 듯 하다. 얼마전 친구를 만났을 때도, 친구는 자신의 아내를 향해 이렇게 이야기 했다. "옘병할 년을 내가 그냥 참고 사는거지.."
그 친구의 마음도 이해가 갔지만, 그러한 생활을 같은 공간, 같은 시간 속에 어쩔수 없이 함께 살아가야 하는 그 친구의 상황이 안타깝기만 하다.근데 그 친구는 내게 늘 눈을 감아주던 친구다. 사실 그 친구가 내가 목사가 된 것을 보고 비웃어야 정상이다. "너 같은 놈이 무슨 목사야~ 평생 회개해도 모자를 놈이!" 이렇게 말해와도 난 할 말이 없을거다.
하지만 그 친구는 가끔 "우리 목사님 잘지내요?" 라고 하며 정중하게 전화를 걸어올때가 있다. 눈을 감아준거다. 우정이기에.
그 친구에게 아내를 향한 사랑과 우정이 있다면 어떨까 생각을 해본다.
나에게 관대한 만큼 너의 아내에게 관대해진다면, 눈을 한번 더 감아준다면, "옘병할 년" 이 아니라 "사랑스러운", "내겐 너무 소중한" 그녀가 될 수 있기에..오늘은 그냥 괜히 사랑과 우정사이라는 흘러간 노래를 들으면서 생각해본다. '난 참 좋은 여자를 만났구나, 그래서 내가 이만큼 살아올 수 있었구나' 라고.
어제 나도움목사님한테 결혼하지 않는게 낫다고 얘기했었는데 하루만에 번복해야겠다. "목사님 결혼하세요. 쥑입니다~ 아주 끝내줘요~"
사랑과 우정으로 삽시다.
눈 먼 눈으로, 그리고 감기워진 눈으로 바라보며.
눈이 멀고, 감기워진 눈으로 뭘 바라볼 수 있냐고, 모순되고 불가능한 일이라고 반박하겠지? 그게 사랑인 것 같다. 그게 부부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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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님도 그 불가능한 사랑을 늘 해내고 계십니다.
드라마속의 한 줄 대사처럼
"그 어려운 걸 자꾸 해냅니다(태양의후예 중)"주님 사랑으로 우리도 그 어려운걸 자꾸 해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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