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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력서의 '한 줄 짜리' 하나님>에세이1 2018. 6. 18. 12:54
<이력서의 '한 줄 짜리' 하나님>
지금은 30대 후반이지만, 20대 후반즈음에는 정말 어지간하게도 많은 페이퍼를 날렸던것 같다. 다름 아닌 '이력서'.
나야 얼마 안되는 이력서를 작성했었지만, 주변의 친구들은 정말 100장에 가까운 이력서를 작성해서 이곳저곳에 "나를 써주십쇼" 라는 강한 어필이 담긴 자소서와 함께 넣었었다.나도 나름 이력서를 쓸 때 늘 꽤나 신경썼던 부분은 학력과 경력, 자격부분이다. 지금은 다들 스펙이라고 부르는 그것.
내가 지원하고자 했던 회사에 이력서를 쓸 때면 '경영학 전공' 이라는 것을 넣어야만 했다. 그래야만, 그것이 나를 그래도 '쓸만한 인재입니다.' 라고 검증해주는 도구가 되기 때문이었다.
특히나 잠시 스페인에서 공부하고 왔던 그 이력은 내게는 강력한 무기이기도 했다.잠깐 직장생활을 했었다. 내 이력을 보고 나를 뽑았을 것이다. 내 이력서에 있는 그 한줄이 어쩌면 나를 검증해주었고, 나를 그곳에 있게 해준 것이다. 그래서 내 이력에 대한 책임이 늘 따랐다.
"너 경영학 전공했다며 이거 몰라?" 회피할 수 없는 질문이다.
"너 회계자격증 있다면서 기장을 이렇게 밖에 못해?"
그렇다. 내 이력은 나를 검증해주었지만, 내가 또한 책임져야 할 것이었다.왜 갑자기 이력서 얘기를 꺼냈을까?
예상이 맞다. 지금 시대에 목회하는 우리가 어쩌면 하나님을 내 이력서의 한줄짜리 하나님으로 여기고 사는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다.
한 교단에서 안수를 받고, 또 한 교회의 담임자, 부교역자가 되기 위해선 "OO신학대학원" 을 나왔다는 이력이 필요하다.
신학을 했다는 것이 하나님께 부름을 받았다는 증빙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많은 목사들이 하나님께로부터 기름부음 받은 목사라는 것을 그렇게 이력으로 사용한다.매일 뉴스와 sns를 장식하는 기독교계의 성과 관련된 사건 사고들, 불법세습의 이야기들, 비리와 횡령, 여러가지 이야기들. 거기에 연루된 목회자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지금 여기에 계신 하나님을 그저 이력서의 한줄짜리 하나님으로 못박아버렸기 때문이다. 목사로서의 책임은 이미 내다버렸다. 하나님께서 나를 부르셨다라는 사실은 그저 이력서에만 존재하는 문자가 되어버린 것이다.하나님은 실존하신다. 이것이 목회와 신앙의 기본이다.
나 역시도 지금 '하나님이 계시다' 라는 사실이 거짓으로 확정된다면 당장이라도 교회 간판내리고 목회자라는 명함을 떼어버리고, 사업을 할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너무도 다행인것은 '하나님이 계시다' 라는 사실이다.하나님은 실존하신다. 때로는 현상적으로, 때로는 그렇지 않게도 늘 계신다. 눈으로 본 이도 있고, 귀로 들은 이도 있고, 피부로 느낀 이도 있다. 그리고 또한 늘 기도 가운데 세미한 음성으로 찾아오시는 그분을 만나는 이도 있다. 하나님은 실존하신다. 때로는 우리가 기적이라고 부르는 현상과 사건으로도 찾아오시기도 한다. 하나님이 아니고서는 설명될 수 없는 일에 대해서는 더욱 분명해진다.
그럼에도 왜 많은 목사들이 그 실존 앞에 '부정'과 '거절'을 하는지 알수가 없다. 아마도 그들은 목회의 길 가운데 그 실존을 경험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어쩌면 그 하나님보다 더 위대하다고 생각되는 무언가를 섬기고 있지 않나 싶다. 그래도 목사라는 직책, 직분을 이용해야 하니, 그들은 이력서의 한 줄 하나님을 늘 이용할 뿐이다.
밤 늦게 찾아온 청년. 치킨 사달란다. 치킨먹으며 이런 이야기를 나눴다. '이력서의 한줄짜리 하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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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하나님은 어떤 하나님입니까?
'실존하시는 하나님' 이십니까,
아니면,
'이력서의 한 줄 짜리 하나님' 입니까?내가 목사라는 것은 어느 신학교, 어느 신대원을 나왔다고 증명되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실존을 인정해드리는 삶을 살아내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로 되어지는 것입니다. 목사는 그런 존재입니다.
당신이 하나님의 실존을 인정해 드린다면, 하나님은 당신을 존귀히 사용하실 것입니다.
하지만 '이력서의 한줄짜리 하나님' 마치 소경 하나님처럼 그분을 치부해버린다면, 당신도 뉴스속의 그 주인공이 될 수 있습니다.오늘 저는 이렇게 기도합니다.
마라나타 주 예수여 오시옵소서.. 어서 오시옵소서..
시대의 악함 가운데 우리는 작은 촛불이 되기를 소망합니다.사랑하는 목회자 여러분, 우리 늘 잊지 맙시다.
'하나님이 계시다'
이거 하나면 충분합니다.'에세이1'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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